14일 거제 찾아 노조와 범시민대책위, 경영진 간담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정하고 지역사회에도 피해가 없이 또는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자 일자리 문제도 배제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길을 찾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4일 오전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 노동조합·대우조선해양 불공정 매각 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시민대책위)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동자·지역 주민·사측·정부 입장을 취합해서 나름의 판단과 길을 찾아보겠다"며 "최적의 결론을 만들어내긴 하겠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이것이 특정인 혹은 특정 소수만 이익을 보고 다수는 배제되고 피해를 당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문제는 단순히 지역 문제, 특정 기업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구조 조정과도 관련이 있고, 국제 관계에서 기업결합 심사와 같은 한계도 있다"며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 일정으로 거제를 찾은 이 후보는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둘러싼 지역 민심을 경청하고자 대우조선 노조·범시민대책위와 간담회를 했다.

신상기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장은 "대우조선 매각이 (결론 없이) 3년째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 결정을 의미한다"며 매각 절차 중단과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신태호 수석부지회장은 "이미 대우조선 매각은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실패했다"며 "가장 바람직한 매각 방향을 함께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천업 범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대우조선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왜 시민들이 (천막을 치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그 심정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제지역 여러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는 대우조선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불공정한 매각에 반대하는 농성을 922일째 이어오고 있다. 강학도 범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대우조선 노조와 함께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며 "조선 빅3에서 빅2로 바뀌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노동자와 시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서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세 가지 단계로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첫 번째 현재 상태에서 근본적으로 합병 자체가 맞느냐 안 맞느냐, 두 번째는 합병 자체가 아니라고 해도 과연 의사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타당하냐, 세 번째로 지금 가장 우려하는 인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느냐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에 타격을 받는 부당하게 거제 쪽 경남 쪽이 현대중공업에 홀대를 당하면서 불이익을 입는 상황을 막는 일을 저희가 최대한 찾아보겠다"며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구조 조정 문제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깊이 관심을 두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후 대우조선 노조는 이 후보에게 매각 중단과 철회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 후보는 대우조선 사내로 이동해 경영진과도 얘기를 나눴다. 매각에 따른 구조 조정, 지역 경제 타격 등 노조와 지역 사회 우려를 사측에 전하며 가능한 대안 등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은 "경영진 입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산업은행과 한국조선해양) 합의 사항에 준해서 대우조선이 계속 경쟁력 있는 회사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대우조선 방문에는 김정호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같은 당 민홍철·김두관·최인호 국회의원,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동행했다. 또 당원·지지자 등이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이 후보 방문을 환영했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부울경에서 매타버스를 시작했다. 일정은 13일 마산 3.15의거 발원지와 어시장, 거제 예비부부와 만남에 이어 14일 거제 대우조선과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간담회, 거창적십자병원 간담회로 진행됐다.